일단은, 그러니까.

에. 술에 취했다. 빨리 취하고 도망가고 싶은 술을 마셨더니,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 뭐 이건 도입부의 핑계인거고… 술김에 써내려본다.

0. 심상정이 도망갔다.

사실, 심상정씨의 속내를 누가 알겠는가. 이런 복잡한 정황내에서는 본인도 본인의 속을 모를 수 있는 것이거늘, 이 속내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어찌보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가져오는 여파에 대해서는 복잡한 이야기들이 많을게다. 전술한 바와 같이 “술에 취했”으므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그의 희생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전적으로 당의 실력이 모자랐음이며, 그들을 단순하게 지지만 했던 스스로에게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이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러니까. 자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애매모호하게 떠다니던 스스로를 정리하고 정치적 입장을 명확하게 해야겠다.

진보신당에 가입해야겠다. 힘이 필요하다.

1. 회사 생활이 복잡해졌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써내려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복잡한 속내를 누가 알겠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순이 먹히지 않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일단은 적응하고, 상황을 만들어가야겠다. 지워버린 정을 되살리는 것 만큼 힘든 일도 없겠지만, 아마도 성장하는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해본다. 

사실 회사 생활에서 갖고 있었던, 불만과 갈등과 고민들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포인트다.

2. 전선을 이제야 명확히 하게 되었다.

사실, 마초이즘(?)에 대해 명확하게 전선을 그었던 것만큼, 엘리트주의에 대해서 명확하게 전선을 긋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그러니까, 전통적인 ‘과학적’ 심리학의 기준에서 보면)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마초이즘보다 더더욱 깊이 쳐박힌 생활이라서 긋기 힘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간 엘리트주의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비판적 시각이라는게, 엘리트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논리에 불과했다. 결국은 합리화의 과정에 불과했던 거다. 그 본질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던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고, 이를 합리화해야 할 시점이다. 스스로의 수사학에 말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스스로에게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과제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복잡한 회사생활을 해결하면서 시작될 것이다.

3. 과학과 예술.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애매하게 서있다. 일 자체가 엄밀한 논리와 감정의 표현사이에 얽혀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이란 일과 미술이란 취미를 배제하고 나서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Computer Science의 성격에 대한 정의를 이야기하다보면 나올 이야기이겠지만, Artificial Environment를 다루는 관점에서 보면, 이미 실세계를 다루는 이야기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된다. 물론, 공학. 특히 산업공학을 전공한 필드의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다 나오는 “art”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지만, 이것과는 명백하게 다른 포인트가 있다. 

이 시점에서 출발을 해야, 재작년에 시작한 글을 끝맺을 수 있을 것 같다.

4. 음반.

이런저런 복잡한 이야기들을 꺼내놓지만, 실은 뮤지션이다. 밴드의 구성원이고 앨범을 만들어야하는 입장이다. 음반을 만들고 제작사를 설득해서 릴리즈를 해야한다. 정치적인 입장을 명백히 하고, 회사일의 관점을 바꾸며, 스스로의 포지셔닝을 수정하고, 일에 대한 철학을 정리하겠지만, 결국 이것들은 전부 음반제작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 귀결에 이르는 과정이 험난하리라 생각되지만, 어쩌겠는가. 끝을 보아야할 일이니.

밴드의 두번째 마일스톤을 어서 끝내야겠다.

5. 그래서.

인생 뭐 있겠나. 열심히 살아야지. 피할 수 없는 죄스러운 모순이 있다면, 그를 받아들여 살아가는 것이 아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마도, 지금 가질 수 있는 멈치의 끝이겠지. 멈치의 범위가 더 넓어지리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여기까지다. 넘어가면, 망가질테니까. 경제라는 현실이 이래서 무서운거다. 쳇.

술김에 남기는 메모는 여기까지.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