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0. 물리적으로 염증이 왔다. 아마도 무릎쪽이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무릎에서 핏줄을 타고 기어올라온 것인지 목 뒤의 편도라고 불리는 면역기관이 부어버렸다. 평소에 아무런 생각없이 넘겨삼키던 물 한잔에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이 저주스러울 염증은 아마 과로에 창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잘못이겠지. 응. 아마 무릎에 있던게 기어 올라온 건 아닐거야. 지금, 몸 안에는 아목사실린과 클라불란산 칼륨을 섞어놓은 A모 항생제와 즐겨 먹는 진통제인 아세트 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이 섞여 돌아다니고 있으며, 이 약들을 받아넘기기 위해 위산을 억제하는 시메티딘까지 혼합되어 내가 나인지 화학물질의 구성체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케미컬에 의존하는 삶은 좋지 않은데. 역시 운동이 필요한 걸까.

1. 보통, 어떤 것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XX라면 염증이 나서 관심을 끊은거야’라는 투의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건 염증에 대한 모독이다. 염증은 몸안으로 침투한 이물질 혹은 미생물에 대해 몸안의 면역체계가 반응하면서 일어나는 일종의 퇴치작전이다. 아니, 투쟁이다. 몸과 외부간의 투쟁인거다. 이 치열한 거리에서 일어나는 고함과 함성은 열이고, 남는 슬픔과 상처는 고름이리라. 누군가는 진압세력을 몸으로 볼 것이고, 누군가는 시위세력을 몸으로 보겠지만.. 염증에 대한 모독인 이유는 후자이기 때문이겠지. 외부의 침투 혹은 억압에 대해서 저항하고 이겨내는 과정이 염증이다. 그렇기에 염증에 대한 모독이겠지. 현실도 이렇게 이겨낼 수 있다면 좋을텐데. 혹은, 괜찮은 항생제가 지원와준다면 좋을텐데.. 라는 망상도 한번 해본다.

2. 염증에 항상 달라붙는 두 녀석은 항생제와 소염제다. 항생제는 근원인 미생물을 잡아내는 약이고, 소염제는 그 증상을 잡아주는 약이다. 생각해보면, 미생물과의 싸움이 거칠어져서 생기는 병이 염증일테니, 이 두 약과 멀어지려면 면역체계가 튼튼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어디보자. 운동을 해야하는 거구나. 아. 면역강화에 좋다는 홍삼도 좋겠네. 피로도 없어야할테니 잠도 잘 자야 할거고, 스트레스도 안받으면 최고겠지. 어라. 이러면 걸릴병이 어디있겠어. 응. 없겠지. 결국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낙낙하게 살면 걸릴 병이 없다. 응? 전염병빼고.

3. 그래. 누구나 잘 먹고, 누구나 잘 자고, 운동해서 건강하고, 스트레스 안받고 낙낙하게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면, 그게 유토피아지. 시위같은거 그런거 안해도 되는. 응? 올리가 없잖아. 응? 그렇다고 포기할 건 없잖아. 정치라면 염증난다는 사람들은 염증이 날 정도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 본 적이 있으신지 묻고 싶다. 정치는 염증이 나는게 당연하다. 이해관계와 억압관계가 교차하며 진통을 일으키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어? 그게 민주주의지. 치고 받고 싸우는게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물론, 성숙한 사람들이라면, 물리력으로 싸우지도- 억압으로 치닫지도- 않겠지만.

4. 그러니 투표합시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