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cm

지난달 즈음 빨간색 체크무늬 운동화를 구매하면서 눈에 보이길래 별 생각없이 1.5cm짜리를 주문한 기억이 있다. 분명히, 신기해하면서 운동화에 깔창을 끼워넣었고, 처음 신었을때 푹신한 느낌에 만족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신발을 신은지 한참이 지난 어느날 아침에 있었다.

날씨가 좋지 못하다는 핑계로 쌓아두었던 빨래를 몰아서 처리한 다음날 아침이었다. 힘겹게 말라주신 검은색 스키니진님을 격렬하게 맞이하며 핏된 다리라인을 즐기며 아침에 나섰는데, 바로 직전까지 즐겨신던 양말을 신지 않아야 제 멋이 나는 바닥낮은 신발들은 싸늘해진 날씨에 신을 생각이 가셔버렸다. 이때, 체크무늬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심플하게 입은 옷 모양새가 신발에 포인트를 주어야할 것 같은 묘한 센스가 발동하면서 결정이 내려졌다.

그 결정을 감상하기 직전에 바라본 시계는 정시출근에 적색 경보등을 반짝거리고 있었고, 체크무늬 운동화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깔창의 푹신함에 행복감을 느끼며, 살짝 땀이 흐르는 출근길을 끝냈을 무렵, 사무실 입구에 있는 전신거울에 모습이 비친다. 오묘하다.

그러니까, 묘하게 다리라인이 전보다 잘 빠져보인다. 순간, 깔창의 효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발 뒤꿈치를 1.5cm들어올렸을 뿐인데, 스리슬쩍 다른 느낌을 준다. 응.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거울의 정면을 뒤로하고, 자리로 오면서 최근에 산 운동화들을 되새김질해본다. 다들 은근히 발등부분에 여유가 넘쳤었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아. 깔창을 위한 배려구나.

사실, 깔창을 끼우는 행위 자체가 키에 대한 일종의 컴플렉스를 인정하는 것 같아 찝찝한 기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런 멋진 기능성이라면 피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드디어 깔창 착용에 대한 자기합리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다양한 높이의 깔창을 시험해보는 일이다. 

1.5cm의 마법은 이미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