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11
1 post
July 2011
1 post
이게 다 날씨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냥 비오는날 생각없이 주욱 널어놓은 빨래 마냥 근육이 눅눅하게 뭉쳐서 온몸이 쑤시는건 날씨 때문인게 당연하고, 추욱 쳐져서 건전지 다된 탁상시계 마냥 느릿느릿 돌아가는 머릿속역시 날씨 때문인게 당연하다.
응. 이게 다 날씨 때문이다.
느닷없이 생각나서 기분을 멜랑꼴리하게 만드는 글들도 날씨때문이고, 갑자기 메일함에 날아들어서 생각나 빙글빙글 잠깐 돌다가 기분이 꿀꿀해지는 것도 날씨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어디서 찔렸는지 살짝 따끔따끔한게 짜릿짜릿할거같지만 그냥 짜증만 나는 뒤꿈치의 아릿함도 날씨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게 다 날씨 때문이다.
아. 생각난다. 꼭 이런 날이었지. 그 옛날 그 날도.
이게 다 날씨 때문이다.
April 2011
1 post
인간이란 족속들은 죽음이 두렵기때문에 신을 믿지. 하지만, 죽지않는 삶을 생각해봐. 신을 믿을 수 있겠어?
– 어느날 밤 창백한 그녀가 내게 말했다.
March 2011
1 post
출발.
This is the story about. 음 그러니까. 어떤 여행. 어떤 여행에 대한 이야기.
문득 떠나고 싶은 밤에 몰래 짐을 싸고 주차장에 내려가서는 시동을 걸었죠.
아무도 없는 새벽 길가의 가로수만이 말을 걸어와 잘 다녀오란 이야기를 하네요. 조심히 건강히 잘다녀오라고, 몸성히 안전히 잘다녀오라고.
해야할 일들, 많은 약속, 사랑하는 사람.
미안해요. 이렇게 불쑥 떠나게되어 괜한 걱정을 끼치게 되는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던걸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것 같아 어쩔수 없었어요.
나는 나는 나는 어쩔 수 없었어. 나는 나는 어쩔 수 없었어.
- will be lyrics for the first song by the trip ticket project.
February 2011
1 post
달이 그로테스크하다.
달이 그로테스크하다. 서쪽에 뉘엿걸린 붉은 빛의 달이 그로테스크하다.
이 달빛이 내리쬐는 스산한 겨울밤에
누군가는 죽어갈 것이고 누군가는 썩어갈 것이며 누군가는 슬퍼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겠지.
한점, 두점 쌓여가는 시간과 함께 탈색된 그림자는 시간을 노래하겠지
서쪽에 뉘엿걸린 붉은 빛의 달이. 그 달이 그로테스크하다.
January 2011
1 post
December 2010
3 posts
그러니까 요리.
닭가슴살을 잘 녹여서 너무 두껍지 않게 반으로 잘라서 펴고 살짝 칼집을 내어 와인에 담그고 바질을 뿌려둔 다음에 된장, 땅콩버터, 간장을 적절히 섞어 약한 불에 볶으며 소스를 만들면서 당근, 아스파라거스, 양파, 브로콜리, 피망등을 볶아서 사이드를 준비하고, 담그었던 닭가슴살을 꺼내서 팬에 중불정도로 곱게 구워낸다. 넓은 접시에 한켠에는 닭가슴살을 올려놓고 다른 한켠에는 구운 야채들을 준비하고 소스를 살짝 얹어서 향긋한 사과주스와 함께 먹으면 아름다운 한끼 식사. 닭을 흰살생선. 그러니까 대구로 바꾸어 요리한다면, 사과주스 대신 진한 포도주스가 더 어울릴테다. 아. 중요한건, 닭이든 대구든 구워낼때 마늘을 썰어서 같이 구우면 더더욱 맛있다는 사실.
버터를 두른 자그마한 팬에 밀가루와 다진마늘을 조금...
여느날과 다름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 어느날, 나를 맞이한 작은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죽여
– 언젠가 쓰게 될지 모를, 어떤 글의 도입부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시를 빌리지 않더라도, 사랑한다는 말에 실린 그 많은 이야기들을 어찌 풀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건만. 그래.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일게다. 어떤 형태로 올지, 그게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사랑이라는 말이 붙는 그 무언가들은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에 대한 선언이며, 몸짓이고, 표현이다. 누군가와 함께 얽히어 넘실대는 움직임을 취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설령 그 말이 침잠하여 응어리가 된다 할지라도 두려워할 이유가 있으랴. 말은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은 사랑한다는 말에서 가장 아름답게 현실세계로 강림한다. 가장...
November 2010
1 post
초능력자 간단히.
영화보고 욕나온건 참 오랜만의 일.
October 2010
10 posts
불현듯 정신이 번쩍 들어서 생각해보니, 마냥 행복해.
청명한 하늘만큼 맑지는 못하지만, 마냥 행복해.
빌어줄께. 과거들의 행복정도는 그냥...
– 어느날, 사무실.
한달 노는 것도 이리 힘든데, 아마 난 안될거야. 아마. ㅋㅋㅋㅋ
– 밴드 그만두고, 한달간 놀기로 작정했으나.. 노는게 노는게 아닌 1인의 넋두리 중에서.
아침의 지하철에 서있으면 다들 무언가 하고있는데 앉아있으면 다들 잠들잖아. 어느게 더 좋은걸까?
– 어느날 2호선
1.5cm
지난달 즈음 빨간색 체크무늬 운동화를 구매하면서 눈에 보이길래 별 생각없이 1.5cm짜리를 주문한 기억이 있다. 분명히, 신기해하면서 운동화에 깔창을 끼워넣었고, 처음 신었을때 푹신한 느낌에 만족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신발을 신은지 한참이 지난 어느날 아침에 있었다.
날씨가 좋지 못하다는 핑계로 쌓아두었던 빨래를 몰아서 처리한 다음날 아침이었다. 힘겹게 말라주신 검은색 스키니진님을 격렬하게 맞이하며 핏된 다리라인을 즐기며 아침에 나섰는데, 바로 직전까지 즐겨신던 양말을 신지 않아야 제 멋이 나는 바닥낮은 신발들은 싸늘해진 날씨에 신을 생각이 가셔버렸다. 이때, 체크무늬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심플하게 입은 옷 모양새가 신발에 포인트를 주어야할 것 같은 묘한 센스가 발동하면서 결정이...
September 2010
9 posts
여행.
몇년전이었을거다. 알고 지내던 어떤 사람이 점성술을 봐준 적이 있는데, 태양은 황소자리에, 달은 전갈자리에 있다고 했었던가. 태양과 달이 정반대의 위치에 있으며, 원하지 않는 여행을 많이 하게될 팔자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업무차 여행이든 뭐든, 스스로 원해서 훌쩍 떠날 수 없는 종류의 인간. 아니나 다를까. 대충 맞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여행이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마음껏 훌쩍 떠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이리저리 걸리는게 많아서였을까. 이런 면에서 보자면, 멘토의 평가는 매우 정확했다. 스스로에 대해 보수적인 인간이라나.
나이가 서른을 찍어서 그런가. 무엇때문이려나. 요즘들어 생각보다 잘 버리게 되었다. 사주팔자보다 더 사람을 구속한다는 점성술이나, 정확한 멘토의 표현이나,...
결정.
밴드를 그만 두기로 결정하고, 어제 공연이 끝나고 멤버들에게 이야기했다. 미안한 것은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었고, 그외에는 그동안 해온 것들에 대한 미련정도.
왜 밴드를 하고 왜 음악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저런 지점들을 지나 결국 닿은 곳은 ‘나는 내 음악에 솔직한걸까?’.
의문이 드는 순간부터 시작된 고민은 마침내 우울의 시작이 되었고, 종결의 시점이 되었다.
아마도, 결국은 땀을 단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던 마지막 무대가 이를 증명해주는 듯 하다.
마음속이 한구석 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새로운 것으로 채워넣어야 할 일이겠지.
이제 시작이다. :)
음 그래.
왜 모르는걸까. 겪어보지 않아서일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선택할 수 없는 불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순간적인 감정에 치고받고 싸우고, 배려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지러워진 상황에 할수없는 기력으로 정리를 하려다가, 기분이 살짝 괜찮아진듯 했다. 의외였다.
너울치는 기분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렇지 않아도, 주욱 내려가는 의욕과 기력에 모두 다 손을 놓아버리고 싶은, 쏟아져내리려는 눈물을 힘겹게 참고 있는 사람에게 그냥 그렇게 툭툭 던지면서 때려도 되는걸까.
사실, 방금전 샤워를 하기 전까지 글도 쓸 수 없었다. 그나마 샤워로 올려놓고 이렇게나마 힘겹게 남겨둔다.
Why don’t you know that I love my gf as much as you love...
아. 그래.
요즘 기분 같아서는, 연주하고 있는 음악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도무지 감정을 실을 수가 없다. 사랑스럽기만 했던 베이스의 넥이 두렵고, 페달보드의 노브들이 빤히 쳐다보는 것 같다.
연주를 하면서는 계속 눈물이 흐를것만 같다. 연주하고 있는 음악에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라, 그냥 우울해서 쏟아져나와버릴 것 같다. 그러니까, 음악이 우울해서가 아니라, 그냥 우울해서 쏟아져나와버릴 것 같다.
차라리, 코드를 작성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회사일이 낫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느냐고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때 어떻게 했느냐하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거니와.
뭐. 그런.
리듬에 몸을 싣고, 꿈틀거리는 흐름을...
말을 꺼내지 않는다.
말을 꺼내지 않는다.
복잡하게 얽힌 삶을 끌고 가면서도, 밀려오는 슬럼프의 물결에 흔들리면서도, 쌓여가는 피로에 지쳐가면서도, 억지로 끌어올린 감정의 뒤에 도사린 깊이를 보면서도, 흐름에 충돌하여 생채기가 늘어만 가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 말이 가져올 결과를 보고싶지 않기에, 그 말이 어떤 상처를 가져오는지 알고 있기에, 일시적인 고비라고 믿기에, 사이에 흐르던 공기와 온도가 남아있기에,
말을 꺼내지 않는다.
반복하여 재생되는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상황에도, 반대편에 놓여보았던 경험에 얼마나 상처받을지를 알면서도, 고집과 감정의 조합이 힘들어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구석.
시각, 청각, 아니면 그 무엇이든.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불쑤욱. 튀어나오는. 경우.
들고서는 멍하게 있다보면. 돌아서 들어오는 지나간 시간.
옛날의 옷. 옛날의 머리. 옛날의.
지나간 시간의 가치는 지금 모르겠으나. 지나간 시간이 남긴 것은 확실히 알겠네.
옛날의 옷. 옛날의 머리.
기도.
언제나 바라마지 않는 것은. 저를 행복하게 하지 마옵시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옵소서.
이기적인 가식이라 지탄받을지라도. 제가 당신께 올릴 수 있는 청원은 이것뿐임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는 당신안에서 커온 이가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청원이오니.
부디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행복을 청원하는 제 편협함을 꾸짖지 마시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쓰일 수 있는 도구가 되게 하소서.
당신이 주시는 시련에 감히 말씀드리건데. 그들의 행복을 위해 쓰일 수 있는 도구가 되게 하소서.
그대 안에서.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의 이름을 받아 살아가는 이가. 그의 신심을 본받아 감히 한마디 올립니다.
그들의 행복을 위해 쓰일 수 있는 도구가 되게 하소서.
아멘.
맥주신경
전능하신 술의 신 즐거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 맥주 크리스토스님
효모로 인하여 보리속에 잉태되어 나시고 숙성과정을 거쳐 탄산과 함께 하시고 캔과 병으로 배달되셨으며 호프집에 가시어 사흗날에 주당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머리에 올라 즐거워진 주당들 뇌속에 알콜로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노래와 춤을 가르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알콜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음주와 모든 주당의 해장을 믿으며 주사의 용서와 내일의 휴가를 믿으며 영원한 음주가무를 믿나이다.
아멘.
—
아 오랜만에 경건하다. 읭? 가끔은 이런 개그도 괜찮겠지요. 이런걸로 삐질거면, you’re not my god.
무엇을 할 것인가? - 레닌에 대한 추억.
2007년 가을학기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안효상 선생님의 ‘사회주의의 역사’ 수업을 들을때였고, 우연히도 발표를 맡게된 텍스트가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 였던 것 뿐이었다. 사실, What is to be done?이란 문장을 해석해보고 나서는 저 제목 하나때문에 막연히 레닌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던지라 마냥 즐겁게 텍스트를 읽어내려갔다.
왜, 내가 번역했던 그 문서의 그 부분에 ‘What is to be done?’ - 무엇을 할 것인가? - 라는 소제목이 붙어있었는지, 그리고 그 말은 벌써 몇년째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는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던 순간.
공부가 모자란 상태에서 어떻다고 정의를 명확하게...
August 2010
5 posts
POP RECORD by POP RECORD HOUSE
밴드 POP RECORD HOUSE의 새로운 데모EP인 POP RECORD!
Lux
피콜로 대마왕
You’ll never walk alone
쉼
Stay
아아 고생 많았다. ㅠ
요청하시면, 우편배송을 해드립니다.
트위터 @crowmaniac / crowmania at gmail.com
Playing Electric Guitar
최근에 시작한 작업중에 기타리스트와 보컬리스트를 맡게된 어처구니 없는 밴드가 있다. 뭐 밴드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긴 하지만, 같이 작업실을 쓰는 Mojo의 연습을 도와주다가 시작하게 된 작업인데… 분명히 The Whitest Boy Alive의 Fireworks랑 MGMT의 The Kids를 합주하기로 해놓고, 첫합주부터 펑크곡을 만들고 있는 The Losers3의 이야기다.
무려 곡제목은 ‘그게 죄냐’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키작은 남성의 한을 풀어낸 명곡..이 되려나 . 크릉.
어찌되었든, 기타를 잡게 되었는데 원래 베이스를 멜로딕하게 때려대서 그런건진 몰라도 의외로 적성에 맞는게 아닐까 싶다. 키보드도 마찬가지고. 헌데, 베이스가 좋단말이지. 팝레코드하우스에서는...
1099km
마침내 결정을 내린 것은 결국 아침이었다.
무작정 나서서,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 무엇을 할지, 어디에 있을지, 누구를 만날지, 언제 돌아올지 같은 생각은 다 던져두고, 그냥 무작정 떠나보고 싶었다.
카메라와 옷, 담요와 안경들, 지갑과 열쇠.
출근시간의 교통체증에도 마냥 웃음이 나왔던 것은, 아마도 스스로도 어이없을 정도로 대책없이 나섰기 때문이겠지. 그런저런 여유를 부리며,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에서 핸들이 고속도로로 올라간다. 아.
겨울철, 스키장에 가본 경험때문일까. 몸이 자연스럽게 강원도로 향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문막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었을때는 강릉휴게소였다. 커플과 일행들로 가득한 휴게소에서 왠지 웃음이 나온다. 어색함을 즐기는 기분. 일종의 여유.
...
파편화-개인화.
포스트페미니즘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알려져있는지가 궁금해져서, 문득 위키피디어를 뒤져보았더니, 파편화-개인화와 결부지어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집중도를 하락시키고 자신감-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특정 계층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라는 비판이 보였다.
사실, 포스트페미니즘에 영향을 준 데리다나 들뢰즈. 특히 들뢰즈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사회적 구조가 점점 개인 혹은 집단을 파편화시켜서 각 단위간의 차이를 극대화 시키고, 연대를 힘들게 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저런 형태의 비판은 아마도, ‘차이’가 갖는 잠재적 위험성과 그에 대한 대비, 혹은 활용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싶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규직 노조의 반응만 보더라도 구조 혹은 권력의 작동방식은...
July 2010
3 posts
밤.
밤은 참 많은 것을 남긴다.
사막을 건너온 여행자의 기분, 하이얀 평원을 달리는 붉은 빛깔의 강, 대책없이 잠겨드는 아늑한 늪, 그 사이에서 번득이는 찰나의 집중, 포근한 사자의 품과 푹신한 표범의 다리, 살짝 야릇하게 풍겨오는 바람의 손길, 멀리서 날아와 놀아달라고 보채는 오랜 친구, 그 친구를 가리는 밝디 밝은 처연함의 결정체, 따각거리는 기계식 키보드가 울리는 사무실의 정취, 천천히 밝아오는 어스름의 한기, 어렴풋이 보이는 발빠른 사람들의 샴푸냄새, 그 와중에도 가장 즐거운 일은 밤의 끝자락에서 밤을 즐기는 일.
밤은 참 많은 것을 남기지만, 곧 사라지고, 언젠가 돌아온다. 마치 남긴 것처럼.
June 2010
5 posts
무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서 이야기를 출발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모르는 것을 알아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직업을 가진 이상, 무지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 위해 항상 달고 다니던 것이 물음표였고, 넓은 의미의 대화를 통해 느낌표를 만들어가며 걸어왔다.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에 행복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리라는 희망도 갖고 있다.
느낌표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탐험의 시작을 의미하고, 때로는 지독한 자기반성을 가져온다. 그리고, 새로운 물음표를 달게 된다. 이런 연쇄반응이 살아온 작동방식일테지.
하지만, 좀처럼 버려지지 않는 전형성으로 이루어진 지독한 일부에 대해 느낌표를 쌓아두고 걸어둔 물음표를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비난이 날아왔다. 가장 아픈...
여름내음.
문득, 운전을 하다가 공기가 익숙함을 알았다.
지나간 어느 여름의 공기와 흡사하게 닮아있는 여름 내음. 무척이나 애잔하고 힘겨웠던 그해 여름이 문득 떠올렸다. 그해부터 알게된 이 여름 내음은 익숙하지 않은 길에서도 느껴졌다. 응. 그래. 여름 내음.
정확히는 여름의 밤내음.
흐르는 음악이 우연히도 그때 듣던 음악이라는 사실이 연관이 있을까 고민해보았지만, 사실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여름의 밤내음이 다가왔다는 것. 더위도, 옷차림도, 여름이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이제 여름을 알 것 같다.
열정의 뒷편에 자리한 여름의 밤내음.
무서울 정도로 알맞게 찾아오신 이 분을 모시고, 밤은 깊숙해져간다.
잔인함.
문득,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너는 잔인한가?
차갑고 냉정하고, 싸가지없고 싫은 소리를 하는데 익숙한 나는 잔인한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할지 여전히 모르겠다. 아마도,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서 이미 진실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이런 말도 안되는 전제를 깔아놓게되면, 논의가 진행될 수 없다. 절대적인 명제는 수학과 논리의 조합사이에서만 언뜻 얼굴을 비출 뿐이다. 아마도 잔인한 면이 존재하는 것이겠지. 어느 순간부터인가 확정적인 말을 아끼게 되었다. 우스운 일일 수 있겠지만, 이미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잔인한가?
잔인하다. 그것이 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핑계는 대지 않겠다. 다만, 어느 순간 내지르는 극단적인...
일단은, 그러니까.
에. 술에 취했다. 빨리 취하고 도망가고 싶은 술을 마셨더니,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 뭐 이건 도입부의 핑계인거고… 술김에 써내려본다.
0. 심상정이 도망갔다.
사실, 심상정씨의 속내를 누가 알겠는가. 이런 복잡한 정황내에서는 본인도 본인의 속을 모를 수 있는 것이거늘, 이 속내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어찌보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가져오는 여파에 대해서는 복잡한 이야기들이 많을게다. 전술한 바와 같이 “술에 취했”으므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그의 희생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전적으로 당의 실력이 모자랐음이며, 그들을 단순하게 지지만 했던 스스로에게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이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러니까....
May 2010
8 posts
염증.
0. 물리적으로 염증이 왔다. 아마도 무릎쪽이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무릎에서 핏줄을 타고 기어올라온 것인지 목 뒤의 편도라고 불리는 면역기관이 부어버렸다. 평소에 아무런 생각없이 넘겨삼키던 물 한잔에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이 저주스러울 염증은 아마 과로에 창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잘못이겠지. 응. 아마 무릎에 있던게 기어 올라온 건 아닐거야. 지금, 몸 안에는 아목사실린과 클라불란산 칼륨을 섞어놓은 A모 항생제와 즐겨 먹는 진통제인 아세트 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이 섞여 돌아다니고 있으며, 이 약들을 받아넘기기 위해 위산을 억제하는 시메티딘까지 혼합되어 내가 나인지 화학물질의 구성체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케미컬에 의존하는 삶은 좋지 않은데. 역시 운동이 필요한 걸까.
1. 보통, 어떤 것에 무관심한...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
깊은 속 한쪽 구석에 고이 접어, 담아두어야 할 말들.
혹여 사라지게 해버릴까 고이 접어, 담아두어야 할 말들.
상처를 내어 고름을 자아낼까 고이 접어, 담아두어야 할 말들.
언젠가 꺼낼 날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고이 접어, 담아두어야 할 말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두려움이 겹쳐져 고이 접어, 담아두어야 할 말들.
그런 말들.
invitingapril asked: 이 잘생긴 분은 누규?!
아.. 자동세이브를 믿고 있었는데. 결국 글을 날려먹었다.
– 뭐 어쩌겠어. 흥흥.
취지와 예의.
얼마전, 취지가 좋은 공연에 악기를 빌려주게 되었다. 밴드에서 사용하는 드럼과 내 개인 소유인 베이스 앰프와 스피커를 빌려주었는데, 공연에 다녀온 드럼 주인 말로는 악기를 상당히 막 다룬듯 하다.
사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알아서 하겠거니 라고 생각하며 신경을 끄겠지만 악기를 빌려줄때 그쪽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딱히 좋은 악기는 아니지만, 악기에 대한 애정이 어디 가격으로 형성되는 것이던가.. 아마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 반응하지 않았을 것을…
게다가, 일요일. 늦어도 월요일에 반납해주기로 해놓고 연락조차 없다. 그들의 문화에서는 어쩌면 그 정도 쯤이야- 라고 생각하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이건 그 문화밖의 사람들과 소통하는...